美, 1979년 원전사고 이후 관련 기업들 망하거나 해외에 팔려
전문가들 "한국 설계·시공 최고… 美 도우면 큰 시장 열릴 것"
미국이 중국·러시아의 세계 원전 시장 장악을 막고자 자국 원전 산업 부활 전략을 내놓으면서 고사(枯死) 위기에 놓인 한국 원전 업계에 '기회의 창'이 열렸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원전 독자 시공 능력이 없다 보니 한국 없이는 원전 수출이 불가능하다"며 "한국 정부가 탈원전을 접고,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와 공동 진출 전략을 마련하면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원자로로 건설중인 美원전 - 미국 조지아주 버크 카운티에 지어지고 있는 보글 3·4호기 원전 건설 공사 현장 모습. 미국에서 34년 만에 처음으로 착공된 이 원전에는 한국의 두산중공업이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요 기기를 공급했다. 미국 정부는 보글 원전 건설에 83억달러의 채무 지급보증을 섰다. /조지아 파워컴퍼니
미국은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난 1979년부터 34년간 새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독자적 건설 능력을 상실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과 국가경제위원회가 공동 작성한 '미 원자력 경쟁력 회복' 보고서에 잘 드러나 있다. 미 정부는 "미 원자력 산업이 붕괴 직전"이라고 진단하고, 미국 내 원전 산업 전(全) 분야 및 원전 수출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미국이 원전을 수출하려 해도 이를 수행할 원전 산업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 중엔 상업용 원전을 지을 수 있는 회사가 없다. 미국 원전 산업의 흥망사는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로 원전 생태계 붕괴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 원전 산업이 붕괴하면서 자유 민주 진영에서 원자로를 시공할 능력을 갖춘 나라는 한국·프랑스·일본 정도만 남았다"며 "그나마 일본과 프랑스 회사들은 납기 지연, 공사비 과다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만 남은 것"이라고 했다.
한국, 세계 최고 원전 생태계 구축
한국형 원전(APR1400)과 두산중공업으로 대표되는 한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한국의 3세대 원전인 APR 1400은 프랑스·일본도 받지 못한 미 NRC의 설계 인증을 받았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 NRC 인증을 받은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비결은 꾸준한 국내 원전 건설이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우리는 미국 회사에서 원전 기술을 들여온 뒤 30여 년간 국내에서 늘 원전을 쉬지 않고 지어왔다"며 "미국이 잠자는 동안 한국은 설계와 시공 능력에서 '축적의 시간'을 거쳐 최고에 오른 것"이라고 했다.
한국으로서도 미국과 협력하면 해외 원전 수주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한국 독자 원전 수출도 가능하지만, 원전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인 동시에 가장 정치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원전 수출은 기술력뿐 아니라 자금력과 외교, 군사적 협력 등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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